창세기 강해(01) 역사의 주어, 하나님이 (창세기 1:1)


역사의 주어, 하나님이

이 글은 송태근 목사님의 창세기 강해말씀
"역사의 주어, 하나님이"
라는 제목으로
전하신 말씀을 정리한 것입니다. 
설교 영상은 글 맨 하단에 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1. 두 부분으로 나뉘는 창세기

창세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어요. 1장부터 11장까지는 하나님의 창조 목적, 인간의 창조와 타락, 그리고 구속과 회복의 시작을 담고 있는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오늘은 이 창세기 전체를 여는 서론에 해당하는 부분을 함께 살펴보며, 왜 이 첫 문장이 우리의 신앙관과 인생관까지 흔들어 놓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려 합니다.

창세기 1장 1절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관점, 즉 ‘프레임’이 바뀝니다. 사람은 자신의을 넘어서는 것을 쉽게 보지 못해요. 그래서 창세기 서론은 우리의 틀을 다시 형성해주는 자리입니다.



2. 새로운 관점이 열어주는 경이로움


지구를 처음 우주에서 내려다본 사람들은 모두 같은 고백을 한다고 합니다. 서울대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 강의에서 인용된 그림처럼, 지구를 저 높은 시각에서 보면 국경도 인종도 부와 빈곤도 보이지 않아요. 인간의 갈등이 얼마나 작은지 새삼 느껴지죠.

실제로 우주 비행사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종교적 경이로움’을 느끼고, 그것을 오버뷰 이펙트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들이 남긴 말은 이렇습니다.

“큰 그림을 보고 나면, 다시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창세기 1장 1절 또한 이런 ‘큰 그림’을 우리 앞에 펼쳐 보여줘요. 이 한 절만 제대로 묵상해도 우리 인생에 얽힌 많은 문제가 풀리기 시작합니다.



3. 히브리어 원문 속에 담긴 의미

히브리어 성경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베레시트 바라 엘로힘…

히브리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읽고, 원래 모음도 없어요. 창세기 1장 1절은 7단어, 28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첫 단어 베레시트(בראשית) — ‘태초에’ — 이 단어에서 창세기(제네시스, Genesis)라는 책 이름이 나왔습니다. 히브리 사람들은 보통 책의 첫 단어를 책 제목으로 사용했기에, 창세기도 여기서 시작됩니다.



4. 성경을 읽는 세 가지 시각

성경 해석에는 기본 구조가 있어요.

  1. 독자의 시각
  2. 텍스트(본문)의 시각
  3. 저자의 의도

본문만 강조하다 보면 문자주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저자가 의도한 메시지를 파악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창세기의 저자는 누구일까요? 저자는 하나님, 기록자는 모세입니다. 성령의 영감 아래 모세의 성품, 배경, 학식, 사고방식 등이 유기적으로 사용된 기록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5. 모세는 언제 창세기를 기록했는가

모세가 창세기를 기록한 시기는 광야 시내산 아래 머물던 약 2년간으로 보는 견해가 가장 정확합니다. 왜냐하면:

  • 모세는 애굽 궁정에서 40년을 살았고
  • 광야에서 다시 40년을 보냈으며
  • 80세에 부름 받아 출애굽을 인도했기 때문이에요.

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거의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400년 동안 애굽의 우상숭배와 물질만능주의 속에 살며, 그 가치가 심각하게 스며든 사람들이었어요.

배고프다, 물 달라, 차라리 애굽이 낫겠다… 불평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 200만 명의 불신앙을 모세가 자신의 지도력만으로 감당할 수 있었을까요? 결코 불가능했죠.

그래서 하나님은 모세를 시내산으로 부르시고, 바로 그 자리에서 모세오경(토라)의 기록이 시작됩니다. 이 책들은 이스라엘 신앙의 뿌리가 되었고, 오늘 우리에게도 똑같이 foundational(근본)한 책입니다.



6. 오늘 우리 시대와의 연결

이 질문이 중요합니다.
“그 당시의 기록이 지금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우리 시대는 가장 풍요롭지만, 동시에 가장 정신적으로 빈곤한 시대입니다. 일제강점기와 전쟁 직후처럼 믿음이 순전했던 시절은 지나갔고, 사사기 시대처럼 하나님의 구원을 알지 못하는 세대가 일어나고 있어요.

그 당시 광야의 히브리 백성과 이 시대의 우리가 겪는 영적 현실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다시 창세기를 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입니다. 창세기는 우리의 시각을 바로잡고, 잃어버린 신앙의 뿌리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줍니다.



7. 본론: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 한 절에는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핵심이 담겨 있어요.

성경은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전제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셨다는 사실로부터 모든 신앙이 시작됩니다.

예수님도 마가복음 13장에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의 시초부터…”
라고 말씀하시며 창조를 당연한 사실로 선포하셨죠.

우리는 컵 하나만 봐도 누군가 만들었다는 것을 압니다.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보면서 우연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성경 표현대로 “영이 죽은 사람”이에요.



8. ‘태초’ 속에 감춰진 그리스도

‘베레시트’를 두 부분으로 나누면 ‘베’ + ‘레시트’가 됩니다.

  • 베(ב): "~안에서, 통해서, 위하여"를 뜻하는 전치사
  • 레시트(ראשית): 첫 것, 첫 열매, 시작

이 단어는 성경 전체에서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입니다.

  • 수확의 첫 열매(레위기)
  • 죽은 자들 가운데 첫 열매이신 그리스도(고전 15)
  • 만물보다 먼저 계시며 근본이신 그리스도(골 1)

그래서 창세기 1장 1절을 이렇게 읽을 수 있어요.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그리스도를 위하여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골로새서 1장 16절은 이를 명확히 설명합니다.

“만물이 그로 말미암고, 그를 위하여 창조되었고.”

그러니까 태초에는 단순한 ‘시간의 시작’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원 계획 전체가 이미 담겨 있었던 것이에요.

이사야 46장 10절도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시초부터 종말을 알리며…”

시작과 끝, 알파와 오메가,
모두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메시지입니다.



9. 역사의 주어: 하나님

창세기 1장 1절의 두 번째 단어는 ‘하나님(엘로힘)’입니다.
요셉의 인생을 돌아보면, 그는 총리가 되었을 때에도 그 뜻을 몰랐지만, 형들을 다시 만난 순간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주어가 되는 순간, 삶 전체가 새롭게 해석됩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이 내 인생의 주어가 되는 순간,
그분이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창세기가 주는 새로운 프레임,
새로운 경이로움입니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