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중간사에 생겨난 절기들에 대해 알아보자


성경의 중간사에 생겨난 절기들에 대해 알아보자

아래 글은 성경의 중간사(구약과 신약 사이 약 400년)에 형성·정착된 절기들을 기원‧역사‧신학적 의미를 풀어서 섰습니다. 이미 모세 율법에 규정된 3대 절기(무교절/유월절, 칠칠절, 초막절) 같은 “토라 절기”가 아니라, 포로기 이후~하스모니안(마카비) 시기에 새롭게 제정되거나 널리 정착된 절기·기념일을 중심으로 다룹니다.


바벨론 포로 이후 유대 공동체는 성전 재건(주전 516년)과 더불어 집회·회당·경전해석 전통이 발달했어요. 이 과정에서 민족적 위기를 기억하고 신앙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기념일·금식일·소(小)절기가 늘어났습니다. 신약 시대 예수님 때에는 이미 이 전통이 자리 잡았고, 그중 일부는 예수님도 지키셨거나(수전절), 오늘날까지 유대인들이 계속 지키는 절기로 남았어요.


1) 부림절(푸림, Purim)

페르시아 시대의 구원 기억 (주전 5세기 정착)

기원
에스더서가 배경이 되는 페르시아 제국 시대에 유대 민족이 하만의 음모로 멸절 위기에 놓였다가, 하나님의 섭리로 ‘아달 월 14·15일’에 대대적으로 구원을 경험했지요. 당시 제비(pūr, 푸르)를 뽑아 학살 날짜를 정했던 것을 뒤집어 구원의 날로 삼은 데서 Purim(제비들)이라는 이름이 나왔어요.


어떻게 지켰나요?

  • 메길라(에스더 두루마리) 봉독: 회당에서 에스더서를 읽으며 하만 이름이 나오면 소음을 내어 그 이름을 ‘지워버리는’ 풍습이 생겼어요.

  • 잔치와 선물: 이웃에게 음식 선물(미슬로아흐 마노트), 가난한 이웃에게 구제(마타노트 레에브요님)를 베푸는 날로 자리 잡았어요.

  • 금식: 부림절 전날에는 하다사/에스더의 금식을 기억하는 ‘에스더 금식’이 덧붙었어요(후대 정착).


의미
부림절은 “하나님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지 않아도 역사 속에서 섭리가 작동한다”는 고백을 공동체 축제로 만든 절기예요. 율법에 명시된 ‘거대 절기’는 아니지만, 망명·분산 상황의 유대인 정체성을 결속한 대표 절기로, 중간사 시기부터 디아스포라 중심으로 강력히 퍼졌습니다.


기독교 관점 한 줄
“숨은 섭리”와 “약자를 든든히 세우는 구제”라는 부림절의 두 축은, 신약의 이웃 사랑과 매우 잘 맞닿아 있어요. 다만 교회력에 공식 편입되지는 않았고, 구약 경전의 역사적 기억으로 존중되어 왔습니다.



2) 수전절(하누카, Hanukkah)

성전 재봉헌의 기쁨 (주전 164년 제정)

역사 배경

셀레우코스 왕조의 안티오쿠스 4세 에피파네스가 예루살렘 성전을 모독하고, 율법 준수를 금지했을 때, 마타티아와 그의 아들들(마카비/하스모니안)이 봉기했어요. 주전 164년 키슬레브 월 25일, 성전을 정화하고 다시 봉헌하면서 8일간의 절기를 제정했지요(1‧2마카베오서).


핵심 풍습

  • 메노라(하누키야) 점등: 8개의 가지에 하루에 한 촛불씩 더해 밝히는 전통이 생겼어요. *“한 통의 기름이 8일을 탔다”*는 기름의 기적은 탈무드(후대) 전승이지만, 중간사 문헌에도 ‘초막절처럼 8일을 지켰다’는 언급이 있어요. 즉, “빛의 회복”“성전 예배 자유의 회복”이 메시지예요.

  • 가정 중심의 축제: 기도, 찬송, 기름에 튀긴 음식(수플가니야, 라트케) 같은 문화가 뒤따랐습니다(후대 정착).


신약과의 연결
요한복음 10:22에 예수님이 ‘수전절(겨울)’에 예루살렘 성전에 계셨다고 기록돼요. 이는 수전절이 예수 시대 예루살렘의 공적 절기로 이미 자리 잡았음을 보여줘요.


신학적 포인트
하누카는 거룩의 회복과 우상 거부, 그리고 소수의 신실함이 공동체를 살린다는 메시지를 전해요. 중간사 계시가 신약 시대의 메시아 기대와 “참 성전”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는 교량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어요.



3) ‘메길랏 타아니트’의 소절기들

하스모니안 시대의 ‘기쁨 목록’

무엇인가요?
중간기 말~제2성전 말기에 편집된 『메길랏 타아니트(금식의 두루마리)』는 공동체가 금식하지 않고 기뻐해야 할 날들을 모아 놓은 소(小)기념일 달력이에요. 오늘날 대부분은 의무성이 약해졌지만, 당시에는 민족사 속 작은 구원의 ‘챙김’이었어요.


대표 사례

  • 니카노르의 날(아달 13일): 셀레우코스 장군 니카노르를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날(2마카 15장).

  • 시몬(쉬므온) 기념일: 하스모니안 시몬이 성채(아크라)를 장악하고 예루살렘을 해방시킨 날(1마카 13:51) 등 여러 승리를 연례 기쁨의 날로 삼았어요.

  • 목재 봉헌일(나무제물의 날, Xylophoria): 성전 제단의 나무를 공급·헌납하던 날들을 기쁨으로 기록했어요(뿌리는 느헤미야 10:34, 후대 달력화).


의미
이들 ‘소절기’는 국가·성전 프로젝트의 회복을 축제로 기억하게 만든 장치였어요. 성전 파괴(주후 70년) 이후 다수가 힘을 잃었지만, “역사를 기억함으로 정체성을 지킨다”는 중간사 정신을 보여줍니다.



4) 포로기/포스트-포로기의 금식일 재정비

 중간사에서 관습으로 굳어짐

스가랴 7–8장에는 성전 파괴와 관련된 네 가지 금식일(테벳 10일, 탐무즈 17일, 아브 9일(Tisha B’Av), 기슬레우/티슈리의 그달리야 금식)이 언급돼요. 기원은 포로기이지만, 제2성전기와 중간사에 공동체 관습으로 확고해졌고, 신약 직전의 경건 전통을 형성했어요.

  • 특히 아브 9일(티샤 베아브)은 성전 파괴와 민족적 재난을 총체적으로 애도하는 날로 발전했어요.

  • 이 금식 전통은 하누카의 ‘빛’과 대조를 이루며,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중간사 신앙의 양면을 보여줍니다.



연대기 한눈 정리

  • 주전 5세기경: 부림절(아달 14·15일) 정착 – 페르시아 시대 구원 기억

  • 주전 2세기 중엽(164년): 수전절/하누카 제정(키슬레브 25일부터 8일) – 성전 재봉헌

  • 주전 2–1세기: 메길랏 타아니트에 담긴 여러 소절기(니카노르의 날, 시몬의 날, 목재 봉헌일 등) – 하스모니안 승리와 성전 운영의 기쁨을 공적 기억으로 고정

  • 포로기 기원, 중간사 정착: 네 금식일(테벳 10·탐무즈 17·아브 9·그달리야 금식) – 집단 회개와 애도의 전통 확립



신약과 기독교 신학에서의 의미

1. 예수님과 수전절
요 10:22–23은 예수님이 수전절에 성전에 계셨음을 증언해요. 이는 중간사 절기가 예수 시대 공적 종교력의 일부였음을 보여주고, 예수님의 ‘성전’과 ‘빛’ 자의식(요 8:12, 2:19)과도 상징적으로 만나요.

2. 부림절의 공동체 윤리
부림절의 구제와 나눔은 신약의 이웃 사랑(약 1:27; 갈 2:10)과 통합니다. 하나님의 섭리를 일상의 연대로 응답하는 절기라는 점이 중요해요.

3. 기억의 신학
하누카·부림·소절기/금식일들은 모두 “기억함으로 사는 신앙”을 훈련해요. 중간사의 절기들이 신약 교회력에 직접 편입되지는 않았지만, 구속사적 기억을 공동체 행위로 엮어내는 방식은 초대교회의 성찬·주일 전통과 같은 궤를 이룹니다.



어떻게 읽고, 어떻게 가르칠까요?

  • 역사적 층위를 구분해서 설명하기
    토라 절기(레 23장)와 중간사 절기(부림·하누카 등), 그리고 금식일의 기원을 구분해 주면 독자들이 혼동하지 않아요.

  • 후대 전승과 성경 기록 구분하기
    하누카의 ‘기름의 기적’은 탈무드 전승(후대)이고, 중간사 사가(1‧2마카베오)는 ‘성전 재봉헌과 8일 잔치’를 강조해요. 역사 기록 vs. 신앙 전승을 함께 소개하면 균형이 좋아요.

  • 예수님과의 접점 제시하기
    수전절 본문(요 10장)을 읽으며 “참된 성전·참된 빛” 주제를 연결해 주면, 교회 교육·설교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요.



FAQ로 더 깊게

Q1. 왜 하누카는 8일인가요?
중간사 문헌은 초막절(7+1일)의 기쁨을 늦게라도 회복하려는 의도로 8일 축제를 지켰다고 설명해요(성전이 그동안 더럽혀져 초막절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맥락). ‘기름의 기적’은 나중 전승이에요.

Q2. 부림절은 토라 절기가 아닌데 왜 그렇게 중요해졌나요?
성전이 없는 시대에도 어디서나 지킬 수 있는 ‘정체성 절기’였기 때문이에요. 회당 중심의 봉독·구제·잔치는 디아스포라 공동체를 강하게 묶어 주었어요.

Q3. 메길랏 타아니트의 날들은 왜 지금은 잘 안 지키나요?
대부분은 성전 중심 사건과 연결되어 성전 파괴 이후 의미가 약화됐고, 라비 전통 속에서 의무성이 축소되었어요. 그래도 역사 연구와 공동체 기억에서는 중요한 사료예요.



한 페이지 정리

  • 부림절: 페르시아 시대 구원 기억(아달 14·15), 메길라 봉독‧나눔‧잔치.

  • 수전절(하누카): 마카비 승리와 성전 재봉헌(키슬레브 25일부터 8일), ‘빛’의 축제. 예수님 시대에 이미 공적 절기로 정착.

  • 메길랏 타아니트의 소절기: 니카노르의 날, 시몬의 날, 목재 봉헌일 등 하스모니안 승리를 기념한 ‘금식 금지의 날’들.

  • 네 금식일(포로기 기원·중간사 정착): 성전 파괴와 재난을 기억하는 애도 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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