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희생했지만 결국 하나도 바뀌지 않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모든것이 남의 탓인 사람이야기)
한 사람을 위해 1년 반을 쏟아부었다
한 과부를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시간과 물질, 그리고 마음을 다해 도왔다.
홀로 지능이 낮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사람이 다시 하나님을 붙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녀의 전남편은 알코올중독자였고, 그녀 역시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자연스럽게 주변에도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 환경에서 그 사람을 꺼내주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찾아오는 그녀를 거절하지 않고 환영해주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말씀을 통해 조언해주었다. 아이도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돌봐주었다.
같이 밥을 먹자고 하면 달려가 밥을 사주었고,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해주었다. 말씀을 나누면서 하나님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내가 다니던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이 사람이 하나님 안에서 회복되고, 좋은 성도로 자라나고, 나아가 다른 사람을 섬기는 리더가 될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품었다.
그래서 더 많이 섬겼다.
특이하고 희안했던 삶의 형태
그녀에게는 한 가지 분명한 특징이 있었다.
자신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과 삶을 거의 전부 투영하는 사람이었다.
그녀가 말하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라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자신의 감정을 이해해주고, 자신의 말에 호응해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갔다.
처음에는 나도 그것을 외로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혼자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가끔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우리 가족이 함께 모여 있거나 식사를 하고 있는 도중이라도 찾아와서 우리 가족처럼 그냥 찾아와서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놀다가 가곤 했다.
심지어 남편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런 말까지 했다.
"저 그냥 여기서 살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에도 나는 크게 문제 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런 행동은 나에게만 했던 것이 아니었다.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도 비슷하게 행동했고, 그 때문에 힘들어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른 공동체로 보내달라고 부탁한 이유
당시 나는 교회에서 리더로 섬기고 있었고, 이미 함께하고 있는 공동체가 있었다.
그 사람의 성향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내가 그 사람까지 계속 품고 우리 공동체 안에서 함께 지내게 된다면,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았다.
열 사람이 나누어 가져야 할 관심과 에너지를 한 사람이 거의 모두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되면 나 역시 내가 맡은 사역에 집중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목사님께 그 사람을 다른 공동체에 넣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나는 그것이 그 사람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리더와 공동체 안에서 더 건강하게 관계를 맺고, 나도 내 자리에서 맡겨진 사람들을 제대로 섬기는 것이 서로에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말 한마디가 오해를 만들고 관계를 무너뜨렸다
그녀는 워낙 입이 가볍고, 생각나는 말을 바로 하는 사람이었다.
말을 조심하지 않다 보니 실수도 많았다.
나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다른 리더에게 이야기하고, 반대로 다른 공동체에서 있었던 일이나 그 리더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나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말이 조금씩 달라지고 부풀려지면서 나와 상대 리더 사이에는 크고 작은 오해가 쌓이기 시작했다.
결국 그 과부로 인해 두 리더 사이에 감정적인 충돌까지 생겼다.
물론 마지막에 나에게 해서는 안 될 말과 분노를 쏟아낸 것은 일방적으로 상대 리더의 행동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리더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다.
동시에 아직도 그때 나에게 쏟아냈던 말들에 대한 미움과 서운함도 남아 있다.
그렇게 나는 결국 그 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교회를 떠난 뒤에도 끝나지 않았던 관계
교회를 떠난 뒤에도 그 과부는 매일같이 찾아왔다.
문을 두드리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며 뒷담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대상들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그녀를 위해 최선을 다해 도와주었던 공동체 식구들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단어 한마디를 잘못했거나 말의 뉘앙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에게 달려왔다.
한참 동안 그 사람에 대한 나쁜 감정을 쏟아놓고 갔다.
나는 그때마다 들어주었다.
화를 가라앉힐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그녀가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설명해주었다.
그렇게 또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깨닫기 시작했다.
이 관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을.
그녀는 나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일상에서 내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 있었다.
그 모습이 어느 순간부터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거절하기도 했고, 찾아와도 모른 척하기도 했다.
그녀도 그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한동안 나는 정말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
그 사람에게서 조금씩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전남편의 죽음
그러던 중 그녀의 전남편이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다시 그녀를 밀어낼 수 없었다.
결국 만나서 위로해주었다.
그런데 그때 들었던 말들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녀는 전남편의 죽음을 슬퍼하기보다 오히려 굉장히 기뻐하고 있었다.
사고로 인해 생명보험금까지 받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집을 사고 일을 할 수 있는 건물까지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했던 그 말이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저는 제가 생각한 대로 다 되는 것 같아요."
그 말을 그때는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너무 악하고 더럽고 추악한 말이다.
한 사람의 죽음 앞에서조차 자신의 경제적인 상황이 좋아진 것을 기뻐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졌다고 말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서늘해졌다.
나는 그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는지 내가 함부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 말만큼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달라진 것이 1도 없었던 여자
시간이 조금 지나 어느 날, 그녀가 연락을 해왔다.
교회 사람들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와 또 다른 집사님에게 연락해서 셋이 밥을 먹자고 먼저 제안했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그녀가 꺼내놓은 이야기들은 충격적이었다.
또 누군가에 대한 뒷담화였다.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졌고,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듣고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였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공동체에서 모임이 끝난 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밤새 술을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서로 싸우기도 했고, 다음에는 노래방에 가자고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내가 그동안 했던 모든 노력들이 떠올랐다.
이게 도대체 뭔가
나는 그 사람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시간을 내어주고, 말씀을 나누고, 함께 밥을 먹고, 아이를 돌보고, 힘든 일을 들어주고, 물질적으로도 돕고, 교회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도록 도와주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이 사람이 좋은 성도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을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언젠가는 리더가 되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모습까지 꿈꾸었다.
그만큼 기대했다.
그래서 내가 힘들게 훈련받고 리더로 인정받으며 섬기고 있던 그 교회를 떠나는 결정도 쉽게 내린 것이 아니었다.
나는 누군가를 세워주는 일이라면 내 것을 조금 내려놓고 희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이 사람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만난 그 사람의 모습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랐다.
사람을 기대했던 내 마음을 돌아보다
나는 한동안 허탈했다.
'내가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내가 그렇게 많은 시간과 물질과 마음을 쏟은 것이 정말 아무 의미가 없었던 것일까.'
'사람에게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들이 계속 들었다.
특히 내가 사랑했던 교회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직 그곳에 있다.
그런데 내가 소개하고, 내가 데려가고, 내가 그렇게 애써 세워주려고 했던 한 사람이 그 공동체 안에서 계속해서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울화가 치밀었다.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차라리 처음부터 거리를 두었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후회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한다.
내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자체가 어쩌면 나의 교만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람을 하나님께 데려가는 통로가 되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그 사람의 삶을 책임지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더 잘하면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더 사랑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고, 내가 더 많이 희생하면 결국 좋은 모습으로 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바꾸시는 분은 내가 아니다.
하나님이시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본인에게 있다
그날 집에 돌아와 나는 그 과부에게 긴 문자를 보냈다.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한번 돌아보라고 했다.
늘 같은 사람들과 갈등하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고, 비슷한 사건을 계속 만들어내면서도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서만 찾는다면 결과 역시 달라질 수 없다고 말했다.
나는 그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문제의 시작을 다른 사람에게서만 찾지 말라고.
친정과의 갈등도, 시댁과의 갈등도, 전남편과의 갈등도, 교회 사람들과의 갈등도, 주변의 수많은 관계에서 반복되는 문제도 한 번쯤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사람이 계속 바뀌는데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제는 주변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그리고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회개하고 돌이키려는 결단이 없다면 삶의 결과는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내려놓는 것이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는 울분이 남아 있다.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마음도 있다.
내가 쏟아부었던 시간과 노력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내가 사랑했던 공동체에 그 사람이 끼친 영향을 생각하면 여전히 속이 상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것을 내가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사람의 삶을 내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려고 한다.
내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달라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내가 아무리 좋은 것을 가르쳐주어도 스스로 돌이키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내가 부족해서가 아닐 수도 있다.
사람의 변화는 사람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는 확실하게 믿는다.
내가 해야 할 몫은 여기까지였다고.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했고,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고.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을 붙들고 끌고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그리고 잘못된 자리에서 돌이킬 수 있도록 하나님께 맡길 것이다.
하나님께서 그 사람의 마음을 만지시고, 잘못된 관계와 습관과 생각을 하나씩 드러내시기를 기도한다.
무엇보다 자신에게서 시작된 문제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철저하게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진심으로 회개하고 돌이키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이제는 내가 그 사람을 변화시키겠다는 생각을 내려놓는다.
하나님께서 하실 일을 믿는다.
때로는 하나님께서 한 사람을 빚어가시는 과정에서 내가 그 곁에 계속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떠나야 하는 때도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이 일을 통해 사람을 향한 지나친 기대와 생각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나의 희생과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임을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