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위기 제사와 복음, “향기로운 냄새”의 비밀(레 1:9)


레위기 제사와 복음, “향기로운 냄새”의 비밀(레 1:9)

아래 내용은 이지웅 목사님레위기 강의를 글로 정리한 것입니다.
영상 설교는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문제의식

저는 한국 오기 전 영국에서 5년 동안 국제학교에서 성경을 가르쳤어요. 외국인 학생이 많았고, 특히 유대인 학생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성경에 직접 나오지 않는 유대 전통을 자주 물었고, 그들이 말하길 경건한 가정에서는 모세오경을 통째로 암기시키며, 그중 가장 먼저 암기하는 책이 레위기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명확해요. 유대 전통에 따르면 613개 율법 중 약 40%인 247개가 레위기에 담겨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레위기는 따분한 책이 아니라 성경의 기초와 기준입니다. 저희 학교에서도 레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면 성경 강의를 맡지 못하게 했어요. 예수님 사역의 세부 판단 기준들—왜 어떤 이는 만지셔서 고치시고, 왜 어떤 곳은 가시고 가지 않으셨는지—그 기준선이 레위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번제의 여섯 단계(레 1장)

저희는 매년 모세오경 주간에 레위기 1장 1–9절을 따라 제사를 실제로 재현했습니다. 제가 제사장 역할을 맡고, 회중은 “부정하게 된 이스라엘 백성” 설정으로 참여합니다. 번제 절차는 여섯 단계예요.

1. 흠 없는 제물을 회막으로 가져옴

2. 안수(자기 죄 고백·전가)

3. 잡음 — 안수한 사람이 직접

4. 가죽을 벗김계속 본인이 수행

5. 각을 뜸(마디 마디 분리)

6. 번제단에 올려 불사름

포인트: 회막은 하나뿐. 먼 지파는 몇 달을 이동해야 했고, 가는 동안 흠이 생기면 다시 처음부터입니다. 첫 단계부터 가볍지 않아요.



 1단계-흠 없는 제물을 회막으로 가져옴

“흠 없는 소나 양을 회막으로 가져오라”(레 1:3)

제물은 히브리어 메헤마(‘집에서 기른 짐승‘이란 뜻). 사냥·중간 구매 금지.

이스라엘에 회막은 단 하나뿐이었습니다. 예루살렘 근처에 사는 지파는 제물을 끌고 가는 데 30분~1시간이면 되었지만, 북쪽의 단 지파, 므낫세, 갓 지파 등은 제물을 회막까지 끌고 오기까지 몇 달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제물에 흠이 생기면 다시 돌아가야 했습니다.
이 첫 단계는 결코 ‘쉽게 가져오기’가 아니었습니다.


2단계 — 안수

“그가 번제물의 머리에 안수할지니 그리하면 열납되어 그를 위하여 속죄가 될 것이라”(레 1:4)

안수는 제사장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제물을 가져온 사람 자신이 합니다. 안수하면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 죄를 제물에게 전가합니다.

이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생명에게 옮기는 진지한 행위였습니다.


3단계 – 잡음

이제 제물을 죽여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제사장이 제물을 잡아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안수한 사람이 직접 잡습니다.

히브리어 원문과 미드라시, 미쉬나, 탈무드 문헌에 따르면, 도살은 매우 구체적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칼을 어디에 찌르고, 어떻게 돌리고, 어떤 부위를 겨냥해야 하는지까지 나옵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그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레위기 본문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얼마나 끔찍한지, 여러분께 생생히 전하고 싶습니다.


▪ 심장을 찌르는 방식

심장은 즉사가 어렵습니다. 정확히 ‘우표 크기만 한 부위’를 맞혀야 즉사하는데, 보통 7~8번 찔러야 합니다. 그동안 짐승은 몸부림칩니다. 피가 분수처럼 튀고, 현장은 피로 범벅이 됩니다.


▪ 미간을 찍는 방식

정확히 찍으면 즉사하지만, 99.9%가 빗나가 눈을 찌르게 됩니다. 눈이 터지고 얼굴이 으그러집니다. 저는 실제로 이 방식은 너무 잔혹해서 한 번밖에 못 했습니다.


▪ 동맥을 자르는 방식

많은 사람들이 ‘동맥을 자르면 즉사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닙니다. 보통 17~25분이 걸립니다. 제물이 빨리 죽게 하기 위해서는 동맥을 모두 끊어줘야 하는데 거의 제물의 2/3가 도려내집니다. 너무나도 끔찍합니다.

“유목민들은 피를 몸 안에 남기지만, 레위기의 방식은 피를 완전히 흘려야 한다.”



4단계 — 가죽 벗기기

제물을 죽인 뒤에는 가죽을 벗겨야 합니다.

“가죽을 벗기고 각을 뜰지니라”(레 1:6)

이 과정 역시 제사장이 아닌 제물을 가져온 사람이 직접 합니다.

소와 양의 가죽은 쉽게 벗겨지지 않습니다. 전문가조차 완벽하게 벗기기 어렵고, 일반인은 손에 피와 지방이 묻은 채 머리를 쥐어뜯고 소리를 지르는 혼란스러운 현장이 벌어집니다.

학생들은 제사 시작 전에는 농담을 하다가도, 제사가 시작되면 누구도 웃지 않습니다.

그만큼 현장은 잔혹하고 무겁습니다.



5단계 – 각 뜨기 (마디 분리)

히브리어 원문에서 “각을 뜬다”는 것은 단순히 고기를 자른다는 뜻이 아니라 모든 마디를 분리한다는 의미입니다.

팔, 다리, 꼬리, 목 등을 도끼로 쳐서 뼈와 살, 척수를 분리해야 합니다. 영화처럼 단칼에 목이 잘리는 일은 없습니다. 전문 도살꾼도 세 번을 쳐야 완전히 목을 벨 수 있습니다.

피, 살점, 뼈 조각이 사방에 튀고, 제물은 산산이 조각납니다.


6단계 – 번제단에 올려 불살라 드림

마지막으로 조각난 제물을 번제단 위에 올려 불살라 드립니다. 이때 비로소 제사가 끝이 납니다.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레 1:9)

“그 내장과 정강이를 물로 씻을 것이요 제사장은 그 전부를 단 위에 불살라 번제를 삼을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

잔혹해 보이는 절차 끝에 “향기로운 냄새”라니요. 동시에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겔 33:11
“나 여호와는 악인의 죽음도 기뻐하지 아니하고… 돌이켜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

모순처럼 들리죠? 핵심은 ‘안수 이후’입니다. 안수로 죄가 전가되었기 때문에, 이후의 모든 과정은 짐승의 죽음이 아니라 ‘죄의 소멸’이에요.
하나님께 “향기로운 냄새”는 고기 타는 냄새가 아니라, 죄가 타며 진노가 해소되는 ‘속죄의 향’입니다. 하나님은 동물의 죽음을 즐기시는 분이 아니라 죄의 제거를 기뻐하시는 분입니다.



제사가 없다면 남는 것, 공의의 집행

제사를 “잔인하다”며 지워버리면 법·정의의 원칙만 남습니다. 그러면 죄의 대가는 죄 지은 자가 직접 받게 돼요. 하나님의 진노가 죄인에게 집행되는 것이죠.
하나님은 “난 너를 못 죽이겠다. 죄를 전가시켜라” 하시며 전가의 길을 여셨어요. 죄가 전가되면 그 죄 위에 쏟아질 진노도 함께 전가됩니다. 이것이 레위기의 제사 구조입니다.



전가의 양방향 — 죄 → 제물 / 흠없음 → 사람

안수에는 쌍방향 전가가 일어납니다.

  • 나의 죄가 제물로 옮겨가고,

  • 제물의 흠없음이 나에게 옮겨옵니다.

죄 관련 제사에는 그래서 반드시 흠 없는 제물이 요구돼요. 바울은 이 구조를 그리스도께 적용합니다(갈라디아서·로마서).

복음의 더블 전가

  • 나의 죄 → 예수께

  • 예수의 의(흠없음) → 내게
    결과: 나는 믿음으로 의롭다 함(칭의)을 얻습니다. 의롭게 살아서가 아니라 믿어서예요.



십자가 — “향기로운 냄새”의 절정

십자가 형벌은 채찍질부터 시작됩니다. 긴 가죽채에 달린 납추가 온몸을 감아 살과 뼈를 드러내며 끌고 갑니다. 십자가에 이를 때 이미 반쯤 죽은 상태가 보통이었죠. 왜 이렇게 혹독했을까요? 우리의 죄가 그분께 전가되었고, 그 죄 위의 진노그분께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레위기 1:9의 ‘향기’는 십자가에서 가장 분명히 드러나요. 죄가 타서 사라지고, 진노가 만족되는 속죄의 향입니다.



오늘 내 죄는 어디에 두고 있는가

“그럼 내 죄를 예수께 전가시키는 방법은?”
정답은 믿음입니다. “예수님, 저는 예수님만을 나의 구주로 믿습니다.”라는 마음의 고백이 전가의 통로예요. 그 순간 나의 죄는 예수께, 예수의 의와 관계(아바, 아빠)는 내 것이 됩니다(롬 8장, 엡 1장).

경계: “심판하시라 그래!” 같은 경솔한 말은 죄의 진노가 어떤 무게인지 모르는 무지에서 나옵니다. 그 진노를 견딜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전가가 복음의 길입니다.


 

왜 하나님께 “향기로운 냄새”인가

  • 하나님은 동물 학대자가 아니라 생명의 창조주세요.

  •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것은 죄의 제거, 진노의 해소, 죄인의 생명 보존입니다.

  • 안수 이후의 모든 절차는 짐승의 죽음이 아니라 죄의 소멸이며, 그 소멸의 향이 곧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입니다.

  • 레위기의 제사가 가리킨 실체가 십자가이고, 그 참여 방식이 믿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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